뽐뿌의 일베화 - 진보 커뮤니티들의 극좌화

2025. 3. 30. 07:16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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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뽐뿌가 좋다.

 

나는 10년간 뽐뿌에서 활동했다.  처음에는 값싼 휴대폰 구입정보를 찾고자 시작했다.  뽐뿌의 진보적 정치 색채도 나의 정체성과 일치했다.  게시글을 작성하지는 않았지만 수시로 댓글을 달면서 나의 의견을 피력했다.

 

2025년 3월.  혼란스러운 탄핵정국을 지나면서 뽐뿌의 글을 읽는게 불편해졌다.

 

뽐뿌는 일베를 혐오한다.  서로 정확히 반대되는 정치성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일 큰 차이는 서로가 혐오하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베는 약자를 혐오한다.  정확히 말해 큰소리 내는 약자를 혐오한다.  뽐뿌는 '약자혐오'를 혐오한다.  그래서 일베에서 놀이처럼 치부되는 전라도 혐오에 뽐뿌는 치를 떨며 거부한다.  나는 이런 뽐뿌가 좋았다.

 

하지만 뽐뿌에 이상한 혐오가 퍼지기 시작한다.

 

여성 혐오와 경상도 혐오

수년전부터 여성 커뮤니티가 변질되기 시작했다.  남초 커뮤니티인 뽐뿌에서는 여성 커뮤니티의 글들이 퍼날라지며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처음에는 일부 여성을 전체로 매도하지 말라는 글들이 다수였지만 점차 이런 목소리는 사그라 들었다.  과거에는 일베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뽐뿌에서도 일어난 첫번째 변화였다.  내가 남성이어서 그런지 나도 이 변화에 쉽게 적응해갔다. 

 

이제 경상도를 혐오하는 글들이 뽐뿌에서 쉽게 눈에 띈다.  심지어 많은 추천수를 달고 홈페이지 전면에 노출되기도 한다.  해당 글을 읽고 싶지 않더라도 뽐뿌 사이트를 방문하면 클릭할 수 밖에 없다.  수 많은 댓글이 달리는데 그 중에는 지역혐오를 경계하는 댓글도 있다.  과거에는 이런 지역혐오 게시글은 수 많은 질타와 비추를 받고 사라졌겠지만 이젠 소수의 사람만이 문제점을 지적한다.  그마저도 댓글에 비추천이 더 많이 달린다.

 

뽐뿌가 변했다.  뽐뿌가 일베화 되었다.

 

'대한민국 진보'란

그럼 이제 진보의 가치는 뭐냐?  연대,  함께 살아가자.  이거는 엄밀한 의미에서 하나님의 교리하고도 맞는거 아니냐?  이런 생각입니다.  그리고 논리적으로 따지면 공존의 지혜이고, 종교적 교리로 따진다면 그건 하늘과 신의 뜻이다.  '더불어 서로 사랑하고' 이게 연대 정신이잖아요.  그리고 다 같이 하나님의 자식들로 평등하게 태어나서 서로를 존중해라, 그런거 아니겠어요?  그러니까 자유, 평등, 평화, 박애, 행복 이게 고스란히 진보의 가치 속에 있는 것이거든요.    - 노무현 진보의 미래 중

 

연대와 평등. 연대한다는 것은 평등함을 의미하고 평등하다는 것은 연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한다.  나는 이 의미를 명확히 알고 있다.  40~50대 진보들은 다 알고 있다.

 

요즘 민주당에는 연대와 평등을 말하는 정치인이 없다.  각자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변화된 세상에서 연대와 평등은 설 자리가 없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에서 민주당이 지지자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공통정서는 바로 '혐오'다.  민주당이 연대와 평등에서 '혐오'로 옮겼듯이 국민의 힘은 '이익'에서 '혐오'로 옮겼다.

 

양 정치진영이 혐오를 바탕으로 정치를 한다.  이 현상이 뽐뿌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지금이 몹시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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