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1 대구대리기사 운행일지

2024. 12. 2. 12:54생활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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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2:09, 티맵,  노변동>경산대동, 22K
30대 남자손님 세 분.
출지에 도착하니 일행 중 한 명이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다. 아마 카카오가 안내한 도착예정시간 때문에 친구 셋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기다리려한듯하다. 주차한 차를 빼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기다렸다. 차에 타고 있던 둘 중 한명이 가게에 따라 들어갔는데 잠시 후 가게 안을 보니 아무도 없다. 내심 내것까지 아이스크림을 사오면 부담스럽더라도 감사하다는 의사표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친구 둘이 차에 탑승했다. 그런데 손에 든 아이스크림이 없다. 의아했지만 궁금등은 이내 풀렸다. 감취둔 손에서 아이스크림 특유의 비닐 바스락거림이 들렸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이 비싼건 아니지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비싼 대리비에 아이스크림 인심은 30이라는 나이에 사치스럽다. 더구나 나는 맹세코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중간 경유지에 둘을 내려주고 최종목적지에서 운행을 마치자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2,000원을 건넨다. 아마 운행하는 내내 마음이 걸렸나보다.

2. 22:44, 카카오, 경산정평동>동호동>율하, 16K
60대 남녀.
한우집에서 나오면서 "하하호호" 분위기가 흐뭇하다. 오래된 SUV의 트렁크를 열면서 보게된 건설공구들이 그의 직업을 집작할 수 있게했다. 뒷자석에 여성분이 타고 조수석에 남자분이 탔는데 짧은 시간이라도 옆에 있고 싶다며 여성분이 남성분에게 뒷자리에 타라고 한다. 그리 고급 어휘는 아니지만 말투에서 사랑이 흠뻑 느껴진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차를 세우고 "뒤에 타세요"라고 전했다. 남성분은 쑥스러운듯 싫지 않은 목소리로 "허 참!"이라 말하며 뒷자리로 옮겨탄다.  별 시덥지 않지만 사랑스런 대화가 이어진다. 경유지에 여성분을 내려주고 최종 목적지로 가는 동안 남자손님은 묻지도 않은 둘의 관계를 설명한다. 그리고 경유비라며 2만원을 건넨다. 나는 한사코 뿌리치며 5천원만 달라고 했지만 결국 서로 1만원에 아름다운 합의를 봤다.
두 분. 아름다운 사랑하세요!

3. 23:08, 카카오, 율하>경산상방동, 22K
70대 남성
콜을 잡고 전화하니 중년남성의 씩씩하고 친절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출지에 도착해보니 개인택시다. 여성분이 2만원을 건네며 이것밖에 없으니 나머지는 남자분에게 받으라한다.  의례 남자가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젊은이들의 사랑과는 사뭇 다르다. 서로 자신이 가진 여유를 나누는 모습이 정말 어른들이구나 싶다.  이번에도 묻지도 않았는데 남자고객님이 둘 사이의 관계를 설명해 주신다. 아버지 같은 분이라 경청, 경청, 또 경청했다.  개인택시라 주차까지 완벽하게 하고 팁 3천원을 더 받았다.  
어르신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3. 23:48, 카카오, 옥산동>연경동, 44K
30대 부부
성암산 쪽에서 맞춤콜이 울렸다. 일요일에 연경동이라 잠깐 망설였지만 돈 앞에 장사 없다. 가는 내내 친구들 얘기를 한다. 젊은 층 특유의 평가하고 판단 내리기가 쉼없다. 세상은 우리가 정의 내릴 수 없는데 이 분들은 세상사람들을 손바닥에 놓고 재단한다.
현금콜인데 트렁크에서 휠을 내리는 동안 지갑을 여는 기미가 없다. 조심스럽게 현금콜이라 말했다. 그러자 어이없다는 듯 "양아치네"라고 말한다. 콜을 불러준 친구를 말하는듯하다. 대충 스토리는 상상이 간다.

4. 00:12, 대구시민, 팔공산>만촌동, 34K
연경동에 들어서면서 콜창을 봤는데 지묘동에서 콜이 떠 있다. 전방이 추가 요금까지 붙인걸보니 오래 기다린듯하다. 콜이 사라질까 조마조마한 마음에 주차장에 들어서자마자 수락버튼을 눌렀다. 오지인 연경동에서 행운이 따라줬다. 나는 카바콜이 카바기사가 부르는 콜인줄 알았는데 카바차가 출지까지 데러다 주는거였다. 지묘동에서 카바차를 타고 출지까지 갔다. 출지는 얼마전 식구들과 간 팔공산의 식당이었다. 식당 직원들이 회식을 하고 대구로 2차를 가는 모양이다. 이 식당이 맛은 별로 였지만 인스타,블로그 광고를 잘하고 식당 곳곳의 디테일을  잘 꾸며 놨던 기억이 있다. 역시 사장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사이의 여성이었다.

5. 01:19, 카카오, 대구시청>동호동, 26K
30대 초반의 젊은 부부
막콜을 동호지구로 잡았다. 더 타고 싶지만 콜이 없다.  남자손님은 술에 곯아 떨어졌고, 여자손님은 아주 공손하고 예의바르다. 나도 더 예의바르게 행동했다. 운행 중 '드르렁' 거리는 코 고는 소리가 난다. 여자분이 미안했던지 코고는 사람이 들을리 없는 면박을 준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문을 여니 뒷 자석에서 잠긴 목소리로 "수고하셨어요"라고 한다. 아무리 술 취해도 교양있는 사람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휠을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몇 개의 유혹콜이 있었지만 나의 게으름을 이길 수는 없다. 오늘은 여기서 끝. 일요일 운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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