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7. 15. 11:20ㆍ서평
아흔의 노경영자가된 그가 오늘을 살아가는 청년에게 이렇게 묻는다.
왜 그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도, 그리고 인생도
자기계발서나 동기부여를 지독히도 싫어하는 '나'이지만 오랜만에 <왜 일하는가>라는 좋은 책을 읽어보았다.
<왜 일하는가>는 교세라 창업주 '이나모리 가즈오'가 쓴 자전적인 책이다. 아흔이 넘은 노인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숨이 턱턱 막힐만큼 답답한 감정과 반감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길 때쯤 노인의 진심어린 조언이 가슴에 살짝 와 닿기 시작했다. 책의 내용은 쉽고 단순해 두세시간 정도면 다 읽을 수 있었지만 그 진정성을 알아차리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더불어 어느정도의 사회경험도 필요하다. 만약 내가 30대쯤 이 책을 읽었다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향했을듯하다.
간절한 몰입이 인생을 바꾼다
그런데 일에 몰두하자 신기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20대 초반의 풋내기가 하는 연구에서 잇달아 좋은 실험 결과가 나온 것이었다. 그와 동시에 나를 괴롭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하는 고민과 갈등이 차츰차츰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심지어 일이 너무 재미있어서 어쩔 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 보니 일이 힘들지 않았고 내가 하는 일에 더 진지한 자세로 임하게 되었다. 자연히 주변 사람들의 평가도 날이 갈수록 좋아졌다. 이전까지는 고난과 좌절의 연속이던 내 인생에 생각지도 못한 변화가 생겨난 것이었다. 그렇게 내 인생 최초의 가장 큰 '성공'이 찾아왔다
'미하일 칙센트미하이'와 '홍농문' 박사에 의해 '몰입'에 의해 '몰입'의 황홀한 경험은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몇 번 안되는 몰입을 통해 그런 경험을 해 본적이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경험을 해보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불안한 심리상태와 주변의 환경에 있다.
나는 적지 않은 나이이기에 사회생활에 한시도 소홀할 틈이 없다. 그래서 여타 젊은이들처럼 일탈 속에서 몰입을 경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일에서만 '몰입'을 경험해야 한다. 이 때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사람'이다. 내가 어떠한 일을 열정적으로 추진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훼방을 놓는다면 그 일은 진행될 수 없다.
훼방을 놓는 사람들의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월급쟁이는 주어진 일만 하면된다'는 '합리파'와 '열심히 일할수록 사장만 배부르다'는 '계급투쟁파', '당신이 잘 나가면 내가 뒤쳐진다'는 '단결파', '너를 밟아야 내가 산다'는 '권력쟁취파'들 속에서 한가지 일에 몰입하는건 불가능에 가깝다. 조직에서는 서로 협업해야 성과를 낼 수 있기에 이들에게 신경을 쓰다보면 정녕 일에 쏟을 에너지의 대부분을 소진하고 만다.
<왜 일하는가>의 저자이자 교세라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도 같은 얘기를 한다. 그가 사회초년생 시절 일에만 몰두하다보니 주변에 적이 생겼다고 한다. 이 때 사회생활을 잘하는 선배(사수)가 주변을 돌아보고 속도를 늦출것을 주문했지만 '이나모리 가즈오'는 그 조언을 거부하고 계속 일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그렇게 한 이유가 주변을 신경쓰며 일의 속도를 조절할 경우 일의 몰입이 깨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의 몰입을 통해 최고의 흥분상태를 유지하고 싶었을 듯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또한 마찬가지다. 유튜브, SNS 등을 통해 끊임없이 일에 몰입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강요받는다. 어렵게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좃소', '좃소' 거리는 사람들 때문에 취업의 기쁨은 금새 사라져 버리고 불만만 가득해진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현재에만 있었던게 아니다. 무려 90년을 살아온 '이나모리 가즈오'가 젊었던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흔살의 노인도 우리와 똑같은 과정을 거쳤다.
마음가짐부터 바꿔라
그랬던 청년이 어떻게 60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 분야에서 일하며 살아올 수 있었을까? 그 이유는 내가 스스로 내 일을 좋아하려고 애썼기 때문이다. 마음가짐 하나만 바꿨을 뿐인데, 나를 둘러싸고 있던 세상이 극적으로 변했다.
'적성에 맞는 일', '자기가 좋아하는 일'...
우리는 그런 일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그런데 이제 우리 자신에게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직업은 유튜버다. 모두들 가지가 가장 하고 싶어하는 일, 가장 적성에 맞는 일로 유투버를 꼽는다. 그런데 정말 유투버라는 일을 좋아하는게 맞나? 가장 힘들지 않고 가장 많은 돈을 벌 수 있기에 유튜버를 원하는건 아닌가? 어쩌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 가장 일같지 않은 유튜버에 매력을 느끼는건 아닐까?
일이란 무엇일까? 즐거운 일이란 과연 존재하는가? 시시푸스가 바위를 산 정상으로 옮기는 형벌을 받듯 우리는 일이라는 형벌을 받는게 아닐까? 일의 본질이 고통이라면 과연 즐거운 일이란 존재할 수 있는가?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려고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애초에 즐거운 일, 적성에 맞는 일을 찾는게 불가능하니 좋아하도록 노력하라고 말한다. 그렇게 한 번 일을 좋아하게 되면 조그마한 성과를 얻게 될 것이고 스노우볼 처럼 큰 성과를 이룰 수 있다고 말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이 말이 정답인듯하다.
엔지니어로서의 '이나모리 가즈오'
'이나모리 가즈오'는 엔지니어다. 그가 창업한 교'세라'도 기술기업이다. 그래서 그는 품질을 지상 최대의 과제로 삼았다. 특유의 일본인스러움이다. 하지만 나는 문과출신이다. 기술과 품질은 혼자서 해 낼 수 있는 일들이 많지만 나같은 문과생은 변호사, 회계사가 아닌 이상 혼자 할 수 있는게 거의 없다.
그래서 그의 경험을 나의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야 한다.
나는 주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많은 문제를 겪는다. 대부분 꼴보기 싫은 인간들 때문에 일을 피하거나 그르치고 만다. 물론 그들도 나를 꼴보기 싫어하니 세상은 한 놈도 빠짐없이 꼴보기 싫은 놈들이다. 그래서 이 꼴보기 싫은 놈들을 사랑하고 인정하려한다. 그리고 즐기려고 한다. 나에게 기술이란 인간관계 기술이니까.
사장은 벤츠타고 나는 아반떼 타고
내가 열심히 일하면 사장은 벤츠를 타고 사모님은 BMW를 탄다. 사장의 가족들은 해외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나는 아반떼를 타며 가성비 좋은 외식집을 알아보고 있다. 역설적인 이 상황이 내가 일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그 결과 나는 일을 게을리하고 이 직장 저 직장을 떠돌아 다니며 별다른 성장없이 화만 잔뜩난 사람이 되고 많다. 그렇게 나는 내 인생을 파괴하고 있다.
'이나모리 가즈오'도 분명 이런 고민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도 동료직원 십여명과 함께 퇴사해 창업을 한 것이다. 물론 '이나모리 가즈오'가 퇴사하고 창업한 이유를 책에 설명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설명했다가는 '교세라'의 직원들이 물음표를 던지 않았을까?
우리는 '이나모리 가즈오'가 퇴사하고 창업한 이유를 유추해 보면 된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자신이 사장보다 더 성장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동료들도 '이나모리 가즈오'가 현 직장의 사장보다 뛰어나도고 생각했기에 동반 퇴사를 했을 것이다.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성장
사장이 벤츠를 타더라도 배 아파 하지 말자. 나 같은 우수한 직원을 둔 사장은 복을 타고 난 것이다. 전생에 독립운동을 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사장이 잘 나간다고 배아파 하지 말자. 나는 내 능력을 계속 발휘하자. 내 능력을 계속 숨겨봐야 나만 퇴보하고 파괴된다.
<일의 의미>가 나에게 주는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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